하누리이야기

연꽃을 든 검투사

2011-03-16 06:36:42, Hit : 4490

작성자 : 무교無巧

지난 화요일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하이자오 7번지.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하고 대만을 떠나는 한 일본인 교사가 그의 학생이었던 한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며 차마 그녀를 보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가던 그는 배 위에서 그녀에게 7통의 편지를 씁니다. 그가 죽고나서 그 며느리가 대만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옛날 주소다보니 편지는 전해지지 않고 한 임시배달원의 방에 처박힙니다. 우연히 편지를 뜯어본 그를 통해 한 일본인의 사랑과 시대의 패배를 엿봅니다.

그 편지가 나오는 대목에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한 지식인의 사랑에 대한 슬픔과 회한과 시대에 대한 무기력함을 담은 글인데 왜 그렇게 슬픈 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일본에서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났습니다. 수 천 명이 죽고 수 만 명 이상이 실종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주 진실을 망각합니다. 관성의 늪에 빠져서 우리가 사는 삶을 오해하고 우리가 사는 삶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물이 얼마나 귀한 지,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 지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 지 그 흔함에 빠져 늘 잊어갑니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없는 것들을 찾으려고 애쓰며 삶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잊습니다.

일본 대지진은 우리가 사는 이 삶이 그렇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언제까지 우리들 생명을 지켜줄 수 없음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만 여기 우리에게 허락된 시공간안에 있을 뿐입니다. 그 시공간이 얼마나 큰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일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완벽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제까지 안전했다고 해도 내일 땅이 꺼지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과학은 그런 일들이 흔하지 않다고 안심시키지만 수 천 만년이나 1억년이라는 주기에서는 반대로 엄청난 일들이 지구에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생명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생물학의 폐름기니 백악기니 하는 시기의 끝은 그런 사건들과 관련있었습니다. 6천 5백만년 전 쥐라기의 공룡이 멸망했던 사건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거대 운석이 떨어지면서 일어난 일일 거라고 합니다. 그때 유카탄 반도 옆 바다에 운석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지진과 해일이 일어났고, 운석이 떨어지면서 일어난 운석재가 지구를 덮어 암흑의 지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내일 지구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광자대에 들어가고 지구의 에너지가 활성화되면 지구도 어떤 모습이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역사의 순간들을 돌아보면 수없이 많은 전쟁들이 일어났고 전젱에 휘말려서 수없이 많은 삶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역사 안에서는 수없이 많았습니다. 지난 100년 만해도 세계 1, 2차 대전이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전쟁이 있었습니다.

다행이 우리는 그런 전쟁을 피해 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종종 잊고 우리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배고파하며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 선 시간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들은 앞으로 자주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아닌 우리 마을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아이들, 바로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야 합니다. 삶이란 죽음 위에 핀 연꽃이기 때문입니다. 물질의 죽음위에 삶이란 연꽃이 피어 있습니다. 다른 생명의 죽음 위에 다른 많은 이들의 죽음 위에 삶이란 연꽃이 피어났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안락한 환경이나 눈앞에 닦친 삶의 무게에 눌려 삶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물어야 할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올 수 있는 시간입니다. 거기서 희생되지 않으려면 죽기 전에 자신의 꽃이 열매맺기를 기도하고 그 씨앗을 나눌 수 있기를 원해야 합니다. 내가 죽어도 다음 사람이 이을 수 있게 내 삶을 헛되이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내가 아니더라도 삶은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그게 40억년을 달려온 생명의 진실한 소망입니다. 우주를 낳은 신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음 앞으로 당당히 달려가던 수 많은 사람들이 눈에 선합니다. 그들은 장수의 명으로 달려나가야 했습니다. 앞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거기서 주저하면 죽음뿐입니다. 그때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나가던 자들은 목숨을 하늘에 맡겼습니다. 그게 우리의 전생이고 조상의 삶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영혼을 일깨워 미지의 진실과 싸워야 할 검투사의 시간입니다.

소돌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1-03-16
14:04:00

한대만라

마음에 담고 가옵니다 ~.~

2011-03-16
16:08:26

여진

지금 가슴이 느끼는 이 느낌을 붙잡고 가겠습니다.

2011-03-16
23:02:36

도연

당연하게 여긴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낍니다.
꿈을 키우고 그 꿈을 피우기도 전에 스러져간 많은 삶들..
미지의 진실들이 어떤 모습일지.. 다시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2011-03-17
23:37:35

대지

삶이란 죽음위에핀 연꽃이다.
많은이들의 죽음위에 삶이란 연꽃이 피어났다.
영혼을 일깨워 미지의 진실과 싸워야할 검투사의 시간이다.
가슴에 새겨서 통찰해 보겠습니다.

2011-03-20
11:26:10

소돌

이제 저넓은 대양을 향해 하누리호가 출발합니다,수많은 길잃은 영혼들을 아버지의 품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2011-03-20
15:41:14

주진

'연꽃'과 '검투사'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 같지만, '연꽃을 든 검투사'란 글 제목을
되뇌이면 되뇌일 수록 참 아름답고 숭고하게 어울리는 것 같아 영혼을 울리는 듯 합니다.
무교님 글도 의미심장하고 울림이 있어 좋지만 글 제목도 참 멋있게 다신 것 같습니다.

2011-03-22
14:56:17

바람

와...연꽃과 검투사라...
무교님 글이..정말...울림이 있어요..
흠..
보고싶은 영화로..찍어놔야겠어요...
요즘 영화인가요?

2011-03-23
05:12:46

찬성

마음에 드네요...같이 한번 술 한잔 마시고 도원결의 할 시간이 왔는 모양입니다. 근원을 향한 태양같은 뜨거운 충의가 느껴지네요... 근원을 위한 공사를 할때는 가장 편할 때가 죽음의 순간입니다. 가장 기쁜 순간이죠... 그와의 약속을 지키고 더 이상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순간이죠...나는 많은 생을 그렇게 살았읍니다...이제 마지막 순간도 그럴 것 같네요...

2011-05-01
20:27:42